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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이 생각나네요

macau14k 2024. 10. 4. 16:27

2024. 10. 4. Friday 星期五

가을이 도저히 올 거 같지 않았던
지독하게 더웠던 올여름
참고 기다리니까 마침내 秋天이 왔습니다.

젊은 시절 편지를 자주 썼습니다.
컴퓨터나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니
정성을 다하여 편지를 써서
예쁜 봉투에 넣어 보냈습니다.
그 시절에도 감성이 제로이거나
정서가 메마른 사람들은 답장은 고사하고
빈들의 마른 풀처럼 별다른 반응이 없었습니다.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돈버는 일과 출세에만 몰두했습니다.
이들에겐 낭만이 사치였을지 모릅니다.
사막과 같은 心态에서
윤활유가 말라버린 언어가 나오니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습니다.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들국화를 봅니다.
하얗고 순결한 꽃을 피우기 위하여
거친 시간을 견뎠습니다.
가을 서리가 내리면 들국화는 사라져야 합니다.
사랑하는 당신이 생각나네요.
들국화가 절정을 이룰 때까지
난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리가 내리면 사라져야 할 운명을 지닌
들국화처럼 시간은 정해져 있습니다.

김용택 시인이 쓴 '들국화'를 좋아합니다.

나는 물기만 조금 있음면 된답니다
아니, 물기가 없어도 조금은 견딜 수 있지요
때때로 내 몸에 이슬이 맺히고
아침 안개라도 내 몸을 지나가면 됩니다
기다리면 하늘에서
아, 하늘에서 비가 오기도 한답니다
강가에 바람이 불고
해가 가고 달이 가고 별이 지며
나는 자란답니다
그렇게 세월이 가고
찬 바람이 불면
당신이 먼데서 날 보러 오고 있다는
그 기다림으로
나는 높은 언덕에 서서 하얗게 피어납니다
당신은 내게
나는 당신에게
단 한번 피는 꽃입니다.

2024. 10. 4.
마카오 양만춘 선교사 올림